22. 5. 20, 장례

22. 5. 20, 장례

 



느린 오후, 고궁, 우거진 수풀, 바람, 가끔씩 꽃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. 편안한 침묵. 누군가에게 느낀 적 없던 안정적인 호감. 우리, 아직 몇 번밖에 안 만났지만, 정식으로 사귈래요? 

물었다. 절 안다는 생각이 드나요? 10년, 20년 본 친구도 여전히 모르는데, 과연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나요.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.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.

서른셋의 나는 연애와 함께 물밀듯 밀려들어오는 파도 위에서 더 이상 몸에 한껏 힘을 주고 보드에 올라타지 않는다. 몇 번이고 떨어져 물에 잠겼던 나는 이제 그 밑을 잠영한다. 파도가 거세져도, 잔잔해도, 나는 여전히 물속이다. 먹먹한 귀에 들리는 건 물방울 소리. 피부에 느껴지는 건 내 전신의 윤곽을 빈틈없이 감싸는 물의 적당한 압력. 나는 느리게 움직인다.

가볍고 얇은 보드 위에서 미친 듯 깔깔거리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를 거듭하던 과거의 나를 바라본다. 파도 위의 인연들에 대하여, 진정한 이별을 느낀다.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물이 찔끔났던 건 이 때문이다. 그땐 내가 알지 못해, 하지 못해 놓치거나 어그러진 인연들. 그들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며 느끼는 울렁거림. 전과 다른 감정, 반복되지 않는 흐름이 가져다주는 과거와의 역설적 단절감. 그로 인한 애도 비슷한 감정.

굳게 닫힌 과거의 상자에는 내 발길이 점차 끊어지겠지. 너희가 오랫동안 내게 애상, 후회, 분노, 슬픔을 가져다주었단 걸 알고 있니. 이젠 내 기억에서마저 희미해질지도 모르겠다. 즐거웠고, 힘들었다. 잘 지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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